조각글
그러니까, 저를 사랑했고, 최소한 이걸 삶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면, 꽤 행복했어요. 네, 꽤 행복했던 거 같네요. 그러니까 울지 말아요. 난 그저 사라질 뿐이니까.
사라지고, 떠오르고, 가라앉겠죠. 종래에는 절 잊을 거예요. 그때가 오면 저는 죽음 너머에서, 산산조각 나는 나를 느끼면서, 이야기하겠죠.
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노라, 하고.
그러니까 지금 내가 죽는걸 슬퍼하지 말아요.
내 죽음에 의미를 두지 말아요. 그저 떠난 거예요. 아주 예전처럼 어딘가에서 살아있겠거니, 행복하겠지, 하고 생각해요. 나는 그저 이제 당신의 인생에서 퇴장할 때가 된 거 뿐이니까.
나의 사랑, 나의 뮤즈, 나의 영감. 부디 울지 말아요. 내가 퇴장함으로서 당신의 인생은 제 2막을 맞는 거예요. 즐겨요. 화려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거예요. 그게 어렵다면, 날 생각해요.
내 연인에 걸맞은 아름다움으로, 빛남으로!
그렇게 살아가는 거예요. 알겠죠, 카뮤?
2016.09.23